방장이 보내는 메시지 :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동안 붙잡을 수 없는 그의 모습을 기억해두어야 한다. 우리는 우리를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떠받들어야 할지, 그들에 대한 무엇인가를 어떻게 간직해야 할지 모른다. 일시적으로 거쳐가는 이 공간에서 개인은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.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최후의 순간들을 승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. 아름답든 끔찍하든 간에 이 죽음들은 아직 생명의 꿈틀거림이다.
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.
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시기에 저는 장례식장에 있었습니다. 때문에 ‘죽음의 방’이라는 주제가 너무, 무겁고 괴로웠습니다. 그래서 아직도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많이 두렵습니다. 삶과 죽음은 공존합니다. 우리는 아직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지만 매 순간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. 우리들은 남아 있는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. 그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. 세상을 가득 채운 모순된 모습과 소리. 이 기묘한 음악을 배경으로 언젠가, 누군가,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는 동안 붙잡을 수 없는 모습을 기억해두려 합니다.
이제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그에 관하여,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그가 되어 ‘그에 관한 어떤 것’을 남길 것입니다. 우리는 그를, 그가 된 우리를, 얼마나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.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.
그럼 '죽음의 불안', 금요일 밤 9시 온라인 방에서 만나요.
〈삶과 죽음, 반복과 번복〉, 2020, 58분 33초
▪️기획. 김경현
▪️촬영 및 편집. 김경현
▪️음악. 김경현
본 영상은 〈퍼블릭 살롱 : 불안에 대하여〉 ‘죽음의 불안’(방장. 김경현)을 위해 기획되었으며, 본 작업에 사용한 영상과 음악은 삶에서 일어나는 시청각 간섭을 표현하였다.